지방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를 단순히 행정이나 복지로만 해결하려는 접근은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줄어드는 지역에 사람을 붙잡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행정 서비스나 일자리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청년이나 지역 주민이 ‘남고 싶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지점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해당 지역에 꼭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 정체성 회복, 그리고 공동체 복원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수행하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특히 소멸 위기 지역처럼 인구도 적고 자원도 부족한 곳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이 들어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사실상 지역 생존을 위한 최후의 경제 구조이자 돌봄 기반이 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성공한 사회적 기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소멸 위기 지역에 사회적 기업이 적합한지, 어떤 방식으로 지역 문제와 연결되며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의 활동이 기존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에 어떤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소멸 위기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이 중요한 이유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지방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닙니다. 일자리와 더불어, 그 지역에서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소멸 위기 지역은 농업 의존도가 높고, 기존 산업 구조가 붕괴되어 있으며, 청년층 유출이 만성화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일자리 제공도 어렵고, 시장 기반의 일반 기업은 진입할 수 있는 동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다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설립되며, 시장 수익보다는 지역 내 필요한 서비스를 공익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심을 둡니다.
예를 들어, 마을에 돌봄 시설이 없다면 직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폐교된 학교가 방치되고 있다면 이를 리모델링해 마을공방, 카페, 교육 공간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기존 지역 자원을 외부와 연결하는 데 강점을 가집니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전통 문화, 지역 인재 등이 그대로 방치되면 사라질 수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그것들을 브랜딩하고 외부 유통망이나 관광, 교육 콘텐츠로 확장시켜 새로운 경제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고령자도 일할 수 있고, 청년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으며, 이웃 간의 관계망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즉, 사회적 기업은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지역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사회적 기업의 가능성
강원도 정선군의 한 마을에서는 인구가 계속 줄면서 유일한 분교가 폐쇄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마을에 들어온 사회적 기업 ‘정선사람들협동조합’은 폐교된 분교를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과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 농장과 농가맛집, 아이 돌봄교실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공간 활용이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곳은 지역 청년 8명이 고용되고, 마을 주민 6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실질적 공동체 거점이 되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분교는 폐교되지 않았고, 지역 농산물은 이 조합을 통해 정기배송 서비스로 판매되며 외부 수익도 창출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전남 고흥군에서는 ‘고흥살롱’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지역 어르신과 청년 예술가를 연결해 손글씨 편지 프로젝트, 마을극장, 농촌 라디오 방송 등 문화 활동 중심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단순한 문화 창작 사업체가 아니라, 지역 어르신에게 정서적 활력과 자존감을 제공하고, 청년 예술가에게는 생활 기반을 제공하며 정착을 유도하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충북 괴산의 ‘마을과 사람’, 경남 하동의 ‘섬진강살리기협동조합’ 등 여러 곳에서 사회적 기업이 지역 고유의 문제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 자본이나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지역 사람들과 협업하며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간다는 점입니다.
정책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사회적 기업이 메우는 구조
많은 지자체는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정주 지원, 출산 장려금, 주택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대부분 행정적이고 일방향적이며, 지역 주민 스스로가 만드는 구조는 아닙니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정책이 미처 보지 못하는 틈새를 메우고, 마을 안에서 실제로 필요한 서비스를 주민의 언어로 만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내가 심심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행정은 복지상담을 연결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그 어르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이나 마을 공방 클래스를 만들어냅니다. 그 방식이 행정보다 느릴지 몰라도, 훨씬 더 깊이 있는 변화와 회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공공이 할 수 없는 일’과 ‘민간이 하지 않으려는 일’ 사이에서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소멸 위기 대응 전략에서 중심 축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도로를 깔고,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주택을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안에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느냐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단지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농산물을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역을 살리는 ‘행동하는 조직’이며, 마을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는 중심 플랫폼입니다. 그들이 만든 일자리 하나가 지역 청년을 붙잡고, 그들이 만든 프로젝트 하나가 마을 어르신의 삶의 의미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지방 소멸 대응 정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금이나 규제가 아니라 이러한 작고 단단한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태계입니다. 정책은 멈추고 사라질 수 있지만, 지역 안에서 시작된 변화는 지속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회적 기업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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