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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위기 지역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소멸 위기 지역 지원과의 관계

by everyday1212 2025. 6. 27.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몰리는 사회에서, 지방이 점점 비워지고 있다. 사람이 떠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는 것.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지방 소멸이다. 이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후 다양한 지역 개발 및 분산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많은 지역은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소멸 위험지수 0.5 미만의 고위험 지역이다. 그렇다면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지방 소멸 위기를 막는 데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소멸 위기 지역 지원과의 관계

 이 글에서는 해당 법의 목적과 구조, 시행 경과를 살펴보고, 실제 소멸위기 지역에 어떤 지원이 이뤄졌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란 무엇인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의 법적 근거다. 2004년 참여정부 시절 제정된 이 법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목적은 수도권 집중 억제, 낙후 지역 개발, 지역 주도형 발전 모델 육성, 기업·대학·기관의 성장 기반 마련이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지역발전투자협약, 지역혁신플랫폼 구축, 혁신도시 조성 등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2005년 이후에는 혁신도시 건설(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지자체 주도형 지역 전략 산업 육성,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한 재정 투입 등의 정책들이 단계적으로 실행되었다. 2021년 이후로는 ‘제5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이 시행 중이며, 그 중심에는 디지털 기반 지역경제 회복, 청년 정착 기반 마련, 지역교육 강화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법은 지방 ‘전체’를 위한 법이지, 지방 중에서도 ‘소멸 위기 지역’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함께, 별도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병행되며 보다 세밀한 지역 지원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 법이 소멸 위기 지역에 미친 실제 영향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지방 곳곳에 공공기관이 이전되고 혁신도시가 조성되었으며, 특히 혁신도시 소재지(진주, 나주, 원주 등)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 유입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그 효과는 중소 농촌 지역, 군 단위 행정구역, 즉 소멸위기 지역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균형발전 전략의 중심이 도시권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북 봉화군, 전남 고흥군, 강원 양구군 같은 지역은 균형발전 계획 안에서도 낙후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인 인프라 확충이나 인재 유입 정책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20년간 오히려 인구 감소율이 더 가팔라졌다. 또한, 혁신도시 중심의 발전 전략은 주변 농촌과의 연결성이 낮아, 지역 간 불균형을 오히려 강화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역대학 육성도 주요 축으로 삼고 있었지만, 혁신도시에 이전된 기관들이 해당 지역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고, 대학과 기업, 행정기관 간 협력 플랫폼도 미흡했다.

 청년들이 혁신도시로 이주해도 정착 인프라(주거, 문화, 교육 등)가 부족했고, 근무 후 수도권으로 다시 이탈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멸위기 지역은 이 법의 간접적 수혜자는 될 수 있었지만, 직접적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소멸 대응 기능 강화 필요

 지방 소멸 위기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단순한 균형 개발 중심에서 생존 중심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 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이라는 거시적 시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소멸지수 0.5 미만의 고위험 지역에 대한 명시적 정의와 지원 근거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일부 항목은 소멸위기 지역에 한정한 기초 생활 인프라, 청년 정착, 마을돌봄사업 등 운영비 중심의 직접지원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단순한 SOC 건설이 아니라 ‘지역 유지 인력과 구조’에 자금이 집중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중앙이 설계하고 지자체가 따르는 방식이 아닌, 지역 자체에서 설계한 복지, 교육, 산업 프로젝트가 국가균형발전 기본계획 내에서 우선 반영되도록 계획 수립 권한을 지방에 분산해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 지역 기숙형 대학 + 로컬 인턴십 패키지를 국가균형발전 사업 내 핵심 항목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지금의 법 체계는 ‘지방을 살리는 법’이 아니라 ‘지방을 구경하는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

 

소멸 대응은 ‘균형’에서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대한민국이 수도권 중심으로 기울어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균형’이 아니라, ‘존재의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지방 소멸은 단지 발전이 더딘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라지고, 마을이 사라지는 생존의 위기다. 지금까지의 균형 발전 전략이 공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람 중심’의 발전 전략, 생존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그 틀을 확장한다면, 그 자체로도 강력한 소멸 대응법이 될 수 있다. 지방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