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방의 중심이었던 대학이 지금은 텅 빈 캠퍼스로 변하고 있다. 학생 식당은 운영을 중단했고, 기숙사도 빈 방이 늘어간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대학의 위기만이 아니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그 지역 전체가 무너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방대학은 해당 지역의 인구, 경제, 문화, 그리고 미래를 지탱해주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소멸 위기 지역에서 지방대학이 차지하는 역할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서, 청년 인구의 유입·정착, 일자리 창출, 지역 정체성 유지에 직결된다.
본 글에서는 지방대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양상, 그 위기가 지방 소멸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양방향 해결을 위한 정책적 연계 방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 해법을 찾는 데 있어 필수적인 관점이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 내 대학의 위기 현황과 원인
지방대학은 지금 구조적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2023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방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75% 수준, 특히 일부 군 단위 소재 대학은 50% 미만의 심각한 미충원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고3 학생 수가 2000년대 초반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수도권 집중이 더해지며 지방대학의 입학 대상 자체가 줄고 있다. 둘째, 서울·경기 지역 대학은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으며, 기숙사, 교통, 취업 연계 등 인프라 격차가 커져 지방대학은 경쟁에서 밀린다. 셋째, 대학이 지역 기업과 연계되어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모델이 약화되면서 지방대학 졸업생의 지역 내 취업률이 낮아지고, 학생들이 졸업 후 곧바로 타지로 이동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넷째, 수도권 정원 규제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등 일부 정책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방대학이 지역과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센티브는 매우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지방대학은 입학생 감소 → 예산 부족 → 학과 통폐합 → 대학 이미지 하락 → 지역 청년 이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소멸 구조와 직결되는 현실이다.
지방 소멸과 지방대의 상호 작용 구조
지방대학의 위기는 단지 대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인구구조와 정주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대학이 약화될수록 지방 소멸 위기도 가속화된다. 이 둘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지방대학은 지방에 유입되는 청년 인구의 거의 유일한 공식 경로다. 대학이 살아 있어야 지역 내 20대 인구가 존재하고, 그들이 소비를 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며, 일부는 정착하기도 한다. 대학이 사라지면, 20대 인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실제로 경북 모 대학이 폐교된 이후 해당 지역의 20대 인구는 3년 사이 68% 이상 감소했고, 지역 상점가의 매출은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공연, 전시, 세미나, 동아리, 지역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흐름과 활력을 만들어낸다. 지방대학이 사라지면, 지역 내에서 새로운 콘텐츠나 사회참여 모델이 사라지고 노년층 중심의 폐쇄적인 지역 구조만 남게 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지방대학에 진학한 청년이 졸업 후 지역 기업이나 행정기관에 취업하면서 정착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대학이 청년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지역 내 고용 기회도 줄면서 이탈률만 높아지고 있다. 즉, 대학의 약화는 정주율 저하 → 인구 감소 → 행정서비스 축소 → 지역 매력도 하락이라는 소멸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된다. 결국, 지방대학은 지방을 지탱하는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허브이며, 그 허브가 무너질 경우 해당 지역의 존속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지방대학과 지역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 만들기
지방대학의 위기를 지방 소멸 위기와 별개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오류다. 이 둘은 함께 살거나, 함께 무너진다. 따라서 지방대학을 단순히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 생존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정책적 대응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지역 인재 육성, 산업 연계, 창업 지원, 문화 기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동 예산과 공동 운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전북 남원시-남원대 간 지역 인재 채용 연계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역의 특성(농업, 문화유산, 로컬푸드, 복지 등)에 맞춘 전문 학과 신설과 지역 기업·기관과의 인턴십·현장 교육 연계로 ‘졸업 후 지역 내 취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대학 내 일부 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며, 건강센터, 상담소,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개방해 ‘지역밀착형 캠퍼스’로 전환하면 대학이 지역의 중심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지방 소멸 위험지역 내 대학 진학 시 등록금 지원, 기숙사 무상 제공, 졸업 후 지역 정착 시 주택자금·일자리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하면 청년의 선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육부, 행안부, 국토부가 연계한 “지방대-지방공동체 생존계획”을 수립해 지방대학을 교육 공간이 아닌 지역 생존 전략의 주체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지방 소멸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위기이지만, 지방대학의 위기와 겹쳐질 때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 지방대학은 단지 ‘학생이 적은 대학’이 아니다. 그 대학이 사라지는 순간, 지역의 청년은 사라지고, 미래도 사라진다. 그래서 지방을 살리려면, 대학부터 살려야 한다. 교육은 지역을 지탱하는 가장 오래된 기반이다. 지방대학이 다시 사람을 불러오고, 그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지방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그 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삶의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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