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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위기 지역

지방 소멸 위기 지역과 일반 농촌 지역의 차이점

by everyday1212 2025. 6. 27.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지방’ 또는 ‘농촌’이라는 단어로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통칭하곤 한다. 그러나 같은 농촌이라고 해도, 실제 지역의 상황과 미래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일부 농촌 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가 운영되고, 지역 특산물로 경제 기반을 유지하며, 청년 귀촌도 점차 늘고 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1인 가구 노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웃과의 대화조차 사라져가는 ‘사회적 고립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두 지역 모두 행정적으로는 ‘농촌’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전자는 유지 가능한 지역, 후자는 소멸 위기 지역으로 구분된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과 일반 농촌 지역의 차이점

 이 글에서는 일반 농촌 지역과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 어떤 구조적 차이를 가지는지,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 또는 귀촌 희망자들이 자신의 지역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농촌은 ‘형태’,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은 ‘위험도’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행정적 정의에서 출발한다. 먼저 ‘농촌’은 도시가 아닌 지역, 즉 읍·면 단위로 구성된 비도시권 지역 전체를 의미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은 농촌지역을 '도시 지역 외의 비도시 읍·면', '상주 인구 5만 명 이하의 시'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은 물리적·행정적 형태를 기반으로 하며, 농촌의 특성은 대부분 1차 산업 비율, 생활 인프라 수준, 거주 밀도로 파악된다.

 반면 ‘소멸 위기 지역’은 이러한 행정 구역의 형태와는 별개로, 인구 구조와 감소 속도, 출산율, 고령화율, 청년 정착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출한 ‘위험도’ 기준이다. 즉, ‘농촌’은 지리적 구분이라면, ‘소멸 위기 지역’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평가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은 주로 일본의 인구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의 소멸지수 이론을 응용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행정안전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하는 ‘지방소멸지수(소멸 위험도)’ 기준이 사용된다.

 즉, 단순히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니라, 젊은 여성 인구가 급감하고 노령인구가 압도적인 지역이 소멸 위기 지역이다. 반면 인구가 적더라도, 청년 인구 비율이 높거나 정착률이 유지되는 농촌은 소멸 위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농촌과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의 구조적 차이

 ‘삶이 유지되는 구조의 지속성’이 두 지역의 가장 실질적인 차이점이다.

 일반 농촌 지역은 인구는 줄고 있으나 아직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마을이다. 초등학교가 존재하고,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이며, 청년 귀촌 가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반면 소멸 위기 지역은 유소년 인구가 10% 이하, 고령자 비율 50% 이상인 경우가 많으며, 학교는 폐교됐고, 주민 대부분이 1인 고령가구다.

 농촌 지역에도 불편은 있지만, 최소한의 의료, 교육, 교통 인프라는 유지된다. 버스가 하루 3~4회는 오가고, 보건소·우체국·파출소 등이 기능하고 있다. 반면 소멸 위기 지역은 응급실까지 1시간 이상, 버스가 하루 1회 이하, 우체국이 폐쇄, 치안 공백까지 발생한 곳이 적지 않다.

 농촌 지역은 특산물(사과, 고추, 쌀 등)이나 관광 자원을 기반으로 작지만 살아있는 경제를 형성한다. 마을에 하나뿐인 슈퍼, 농협 하나로마트, 지역 농산물 판매소가 꾸준히 운영된다. 하지만 소멸 위기 지역은 상점이 모두 폐업하고, ATM조차 사라져 현금 인출을 위해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경제의 순환 고리가 끊긴 상태다.

 농촌 지역은 여전히 마을 총회, 부녀회, 자율방범대 등 지역 조직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소멸 위기 지역은 이런 조직이 해체되고, 이웃 간 왕래조차 단절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인프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연결이 단절된 상태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결국 농촌은 ‘불편하지만 살 수 있는 지역’이고, 소멸 위기 지역은 ‘살 수 없어서 사람이 떠나는 지역’이다.

 

농촌과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의 정책상 차이

 정부는 일반 농촌과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농촌은 주민 정착 유도형 정책이 중심이다. 예로 귀농·귀촌 지원, 농촌체험관광, 로컬 창업 지원, 스마트팜 기술 보급 등이 있다. 반면 소멸 위기 지역은 지역 유지 자체를 목표로 하는 생존형 정책이 적용된다. 예로 인구감소지역 특별지원법에 따른 집중 재정 지원, 청년 유입형 주거·창업 인센티브, 농촌 의료·돌봄 통합 플랫폼 설치, 폐교 활용 청년 주거 + 창업 복합 공간 조성이 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중 소멸 위험도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인 89곳은 정부의 인구정책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연간 수백억 원의 국비를 배정받고 있다. 또한 청년 유입을 위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디지털 노마드 마을 조성 사업’ 등도 소멸 위기 지역에 우선 배정되고 있는 구조다.

 즉, 같은 농촌이라 해도, 지역의 생존 가능성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와 예산, 지원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숫자가 아닌 구조로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과 일반 농촌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삶을 유지하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농촌은 여전히 변화와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다. 소멸 위기 지역은 그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정책도 달라야 하고, 문제 인식도 달라야 한다. 단순히 인구 수나 농촌이라는 행정 구분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얼마나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농촌과 소멸 위기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 위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지원을 집중할 때 비로소 지방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