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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위기 지역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 AI 기술을 도입한 디지털 행정 사례

by everyday1212 2025. 6. 26.

 지방 소멸은 단지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행정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해 복지 서비스는 더 촘촘하게 필요하고, 1인 가구 증가로 민원은 늘어나며, 거주지 분산으로 인해 행정 서비스 전달 효율은 급감한다. 그러나 읍·면 단위의 소멸 위기 지역은 공무원 수조차 줄고 있어, 행정 마비 직전의 상태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행정 시스템 도입이다. 지자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인공지능을 행정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 AI 기술

 이 글에서는 소멸 위기 지역에 도입된 AI 기반 행정 서비스의 실제 사례, 그로 인해 발생한 행정 혁신 효과, 그리고 남은 과제와 향후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다뤄본다.

 

AI 기술이 필요해진 지방행정의 배경

 지방행정은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고령화된 주민 + 줄어든 인력 + 늘어나는 행정 수요’라는 3중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경북 영양군 A읍의 경우 2023년 기준 전체 주민 1,700여 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민원은 대부분 복지 신청, 의료 서비스 연계, 방문 돌봄 요청, 생활 불편 신고 등 고령자 대상이다. 하지만 읍사무소 행정 담당자는 단 5명뿐. 하루에 방문 민원만 30건 이상을 처리하며, 전화 응대와 이동 방문까지 병행해야 하는 구조다. 또한 행정 문서 처리, 인허가 민원, 상담 및 고충 접수 등은 여전히 종이 서류 기반으로 운영되며, 고령자의 디지털 소외로 인해 온라인 민원 접수율이 20% 이하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구조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불가능하며, 행정력의 한계를 기술로 보완하는 AI 행정 시스템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2022년부터 추진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전략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능형 공공서비스 시범사업’ 등이 지방에도 본격 도입되면서, AI 챗봇, 민원 자동화 시스템, AI 행정 비서 등이 실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서 도입된 AI 행정 사례

1) 전라북도 무주군 – AI 민원 응답 챗봇 운영

 무주군은 인구 약 2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인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2022년부터 무주군청은 AI 기반 ‘무주봇’ 민원 챗봇을 시범 도입하여 각종 민원 문의, 복지 상담, 생활정보 안내를 24시간 자동 응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는 군청 홈페이지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무주봇’에게 문의를 남기면, AI가 군청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응답하며, 필요 시 실무 담당자에게도 자동 연결된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약 150건 이상의 민원 응대가 직접 통화 없이 처리되고 있으며, 실제 군청 민원 담당자의 업무 피로도는 30%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2) 충청남도 서천군 – AI 노인 돌봄 행정 시스템 구축

 서천군은 고령화율이 47%를 넘는 대표적 초고령 지역이다. 서천군청은 2023년부터 AI 기반 독거노인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지역 내 1인 고령가구 700세대에 AI 스피커·스마트 센서·비접촉 체온기 등을 보급했다. 이 기기는 음성 인식 기반으로 말벗 역할을 수행하며, 3일 이상 사용자의 말소리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읍면 복지센터와 군청 행정시스템에 비상 알람을 전송한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실제로 2024년 상반기 기준 응급상황 사전 탐지 11건, 고립사 예방 3건의 사례가 확인되었고, 담당 공무원은 “1명당 100명 이상을 담당하던 구조에서 AI 시스템이 선별 관제를 도와주며 행정 효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3) 경북 의성군 – 인공지능 행정서기 시범 도입

 의성군은 소멸위험지수 0.1 이하인 전국 최저 수준의 인구 밀집 지역이다. 2023년 말, 행안부의 스마트행정 시범지구로 선정된 의성군은 AI 기반 회의 자동 기록·요약 시스템행정 보고서 초안 자동 생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공무원이 회의나 업무보고를 마치고 내용을 음성으로 입력하면, AI가 요약된 보고서와 민원 응답 템플릿을 자동 생성해주는 방식이다. 기존 문서 작성에 3시간 이상 소요되던 업무가 평균 30분 이하로 단축되었고, 공무원 1인당 민원 응대 가능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가 있었다.

 

 AI 행정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AI 기반 디지털 행정은 행정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몇 가지 중대한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고령자의 기술 접근성 문제다. 고령자 중 다수는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음성 인식 기기나 챗봇 사용을 어려워한다. 무주군의 사례에서도 AI 챗봇 사용자의 75% 이상이 중장년 이하 연령층이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병행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 품질과 정확도 문제다. AI가 행정 답변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내부 규정, 조례, 민원 응답 데이터 등 정제된 자료가 축적돼야 하지만, 소규모 지자체는 여전히 문서화 수준과 전산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부정확한 응답 또는 민원인과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지속 가능한 운영 예산과 인력의 문제도 크다. AI 시스템 구축은 대부분 외주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소 지자체는 유지보수나 데이터 업데이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행정 융합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AI 행정 도입을 단순한 효율화 수단이 아닌,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핵심 사회 인프라로 인식해야 하며,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AI 설계’가 이뤄져야 진정한 행정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AI가 마을을 지키는 시대, 기술은 사람을 위할 때 의미가 있다

 소멸 위기 지역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행정 인력은 줄고, 복지 수요는 늘며, 민원은 복잡해지지만, 그 누구도 마을을 버릴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사람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 손을 내미는 기술로 작용하고 있다. 무주군의 챗봇, 서천의 AI 말벗, 의성의 회의 요약 AI는 모두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람이 부족한 이 마을을, 어떻게 계속 돌볼 수 있을까?”

 그 답은 완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보조하는 따뜻한 기술 설계에 있다.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도와 지역을 지키는 방식으로 존재할 때, 디지털 행정은 단지 효율을 넘어 지방 생존의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