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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위기 지역

지방 소멸 지역에서의 청년 일자리 창출 현실과 한계

by everyday1212 2025. 6. 26.

 지방 소멸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청년이 없는 지역’이라는 현실이 있다. 학교 졸업 이후 청년들이 도시로 이동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역은 점점 늙고, 텅 비기 시작한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 지역에서의 청년 일자리 창출 현실과 한계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방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고, 청년 농업인 육성, 로컬 창업, 공공근로 연계형 청년 정책 등이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들이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장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의 현실, 실제 효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통계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청년 유출의 가장 큰 원인: 지속 가능한 일자리 부재

 지방에 청년이 남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살 만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단기 알바나 공공근로 형태의 한시적 일자리는 많지만, 안정성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는 극히 드물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중심의 단순 직무 위주이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전문직, 사무직, 창의 직종의 수요가 거의 없다.

 2023년 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지방 청년의 57%가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가 지역에 없다”고 답했고, 43%는 “직장을 구했지만 너무 낮은 급여 때문에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경북 모 중소도시에 거주 중인 20대 청년 A씨는 “월급 180만 원에 주 6일 일하는 조건인데, 서울과 비교하면 삶의 질이 너무 차이 난다”며 결국 수도권으로 이직했다. 또한 농촌이나 어촌 지역에서는 청년 고용 기회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청년 농업인을 양성하려는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도, 영농 경험 부족, 농지 확보의 어려움, 유통 구조의 불합리성 때문에 정착률이 높지 않다.

 결국 청년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갖춘 직업’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청년 유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역 일자리 정책의 성과와 한계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정책을 시도해왔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아래와 같은 유형이 있다:

  • 로컬 유턴 청년 일자리 사업: 도시 청년을 유입해 농촌 체험 및 로컬 커머스 창업을 유도하는 정책
  • 청년 지역정착형 일자리 지원사업: 중소기업에 청년이 채용되면 인건비 일부를 지자체가 보조
  • 사회적경제 기반 청년 창업지원: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지역 공익 기반 조직에 청년 고용 장려금 지급

 일부 지역에서는 이 정책을 통해 긍정적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진안군은 2021년부터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을 통해 20대 청년 15명을 유입했으며, 그중 9명은 지역농산물 가공 창업, 3명은 지역 관광 콘텐츠 제작업으로 정착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같은 정책들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1. 단기 성과 중심 구조: 대부분 사업이 1~2년 단위로 이뤄져, 사업이 종료되면 일자리도 사라진다.
  2. 실제 채용 기업의 질 문제: 지자체와 연결된 기업 중 일부는 청년을 값싼 인건비로 활용하고,
    보조금이 끊기면 계약 종료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3. 정책 수혜 이후 경로 부재: 사업 참여 이후 지속 가능한 경력 설계가 불가능해,
    많은 청년이 정책 종료 직후 지역을 떠난다.

 한 지자체 청년센터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예산은 많은데, 사업이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즉, 일자리 정책이 단기 보조금 성격을 넘지 못하고, 청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장기 직업 생태계’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청년이 정착하는 지역의 공통점은?

 하지만 청년이 실제로 정착에 성공한 지역들도 있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단지 일자리를 준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설계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점이다. 강원도 정선군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청년창업 캠프를 조성하고, 창업 전·중·후 단계의 컨설팅, 시제품 제작 공간, 지역 내 유통 연계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했다. 이 결과 2022년 기준 정선에서 귀촌한 청년 창업자의 2년 이상 생존율이 68%로,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경북 의성군은 ‘청년행복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 주거 + 공동체를 패키지로 설계했다. 청년 5~10명이 함께 입주해 생활하고, 지역 농가와 협업하거나 공공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다. 이 경우 외로움과 고립감이 줄어들고, 마을 주민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청년의 정착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성공 사례는 ‘청년 한 사람’이 아니라 청년이 주변과 연결되도록 만든 생태계 설계에 있었다. 즉, 청년이 지역에 머물려면 일자리가 전부가 아니다. 주거, 관계, 교육, 문화, 미래가 함께 있어야 한다.

 

청년이 머무는 지방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 미래 세대를 키울 수 있느냐의 근본적 조건이다. 지금까지의 지방 일자리 정책은 숫자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람을 붙잡는 데는 실패해왔다. 단기성 사업, 지원금 중심 구조, 연결성 부족은 청년에게 ‘이 지역은 임시 거처’라는 인식을 주기 쉽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청년이 삶의 서사를 쓸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좋은 일자리는 단지 급여가 높은 직장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고, 동료가 있으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청년을 불러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역 전체가 청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청년이 머무는 지역은, 결국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