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곳곳의 농촌 지역은 젊은 인구의 급격한 유출과 고령화 속도 증가로 인해,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고 마을이 텅 비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지역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청년 농업인 지원 사업은 매우 중요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청년이 농업을 기반으로 정착할 경우, 지역 경제와 인구 모두를 동시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 이 글에서는 소멸 위기 지역에서 시행된 청년 농업인 지원 사업의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정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까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청년 농업인 지원사업의 구조와 정책 배경
청년 농업인 지원 정책은 ‘귀농 유도’와 ‘지역 정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가진다.
정부는 2020년대 들어 청년층의 농촌 유입을 장려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으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금, 농촌 유휴시설 활용 지원, 스마트팜 청년보육센터 운영, 지역농업 클러스터 지원사업 등 다각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금’이다. 이 제도는 만 40세 미만의 청년이 창업농으로 선정될 경우, 최대 3년간 월 100만 원 ~ 180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지원하고, 추가로 영농기반 마련을 위한 농지 임대·시설 자금도 저리로 대출해준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는 지역 특화사업으로 청년 농업인을 위한 공동 창고 제공, 가공시설 지원, 온라인 판매 연계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청년의 농촌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효과를 발휘했지만, 정책 실행 방식에 따라 성과 편차가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사례 분석 ① 경북 의성군, 청년농부 정착 플랫폼의 성공
경북 의성군은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이자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되었지만, 청년농업인 지원을 통해 농촌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의성군은 2021년부터 ‘청년농부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청년 농업인에게 임대형 스마트팜, 정착주택, 공동 가공장, 온라인 쇼핑몰 연계까지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청년 간 협업 구조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의성군은 단순히 개인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청년 농업인이 함께 농사를 짓고, 함께 판매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으로 청년 농업인의 1년 이상 정착률이 81.3%에 이르렀으며, 지역 내 농산물 온라인 매출도 전년 대비 230% 증가했다.
이 사례는 ‘지원 → 정착 → 생산 → 유통’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시스템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고령 농업인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세대 간 협업도 유도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사례 분석 ② 전남 해남군, 주거 연계형 정착 모델
전남 해남군은 청년 농업인을 유치하기 위해 ‘주거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모델을 추진했다. 해남군은 귀농 희망 청년에게 빈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무상 임대하거나, 최대 2,000만 원 상당의 주택 수리비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청년 농부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기초 영농 기술부터 온라인 마케팅, 브랜드 기획까지 단계별 교육을 제공했다. 2022~2023년 동안 총 74명의 청년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귀농했고, 그 중 68%가 1년 이상 영농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남군의 사례는 유통 경로 확보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까지 물류비가 많이 들고, 현지 소비만으로는 충분한 매출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남군은 최근 온라인 농산물 플랫폼과 협약을 맺고, 청년 농산물 전용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이 사례는 청년 농업인 지원이 주거 안정 + 교육 + 판매망 구축이 병행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한계와 지속 가능한 대안
청년 농업인 지원사업은 지역 활력을 되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으나, 몇 가지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청년이 농촌에서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많은 지역이 창업자금이나 주택은 제공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통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둘째, 정책이 단기 지원에 집중되어 있고, 3년 이후에는 관리가 느슨해진다. 이에 따라 정착률은 1년까지는 높지만, 3~5년 단위로 보면 이탈률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일부 지역은 청년 농업인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로만 간주하고, 지역 주민이나 기존 농가와의 연결 구조를 설계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공동 농업 협동조합이나 유통센터를 설계해 청년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멘토링 제도와 정착 후 사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5년차 청년 농업인을 위한 자금 재투자 구조도 필요하다.
셋째, 지역 내에서 소비자가 청년 농산물을 직접 선택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지역민 참여형 로컬브랜드 마케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즉, 농업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 활동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문화 기반이 함께 형성돼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 청년 지원 정책의 미래
소멸 위기 지역에서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는 정책은 지역 회복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의성군, 해남군 등 여러 사례에서 나타났듯, 정착 → 생산 → 유통 → 성장의 단계별 구조가 잘 설계되면 실제 인구 정착과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유통 구조, 장기 정착, 주민과의 관계 설정 등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앞으로의 정책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공동체 기반의 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농촌,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 진정한 소멸 대응의 해법이 될 것이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방 소멸 위기를 맞은 마을의 공동체 회복 노력 사례 (1) | 2025.06.25 |
---|---|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 거주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주택 보조금 종류 정리 (0) | 2025.06.25 |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 창업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0) | 2025.06.24 |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의 청년층을 위한 이주 장려금 제도의 실제 효과 분석 (0) | 2025.06.24 |
정부가 지정한 소멸 위기 지역에 어떤 정책적 예산이 집중되는가? (0) | 2025.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