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학교는 문을 닫고, 버스는 끊기며, 상점은 사라진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기능이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다. 정부는 이러한 지방 소멸 현상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시행 중이며, 그 중에서도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은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이 창업을 통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음에도 창업 생존률은 낮고, 청년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창업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나아가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지방 창업 지원 정책의 구조와 시행 방식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층을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창업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청년 창업 정착 지원 사업’,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 ‘지역기반 소셜벤처 지원’ 등이다.
이들 사업은 주로 청년이 지역 내에서 창업을 하면, 창업 자금, 교육, 멘토링, 공간 제공, 판로 연계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전남 나주시에서는 창업 준비 청년에게 최대 1천만 원의 창업 지원금, 창업센터 내 사무공간 무상 제공, 마케팅 컨설팅 6개월간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의 경우는 ‘상주 청년몰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상점 15개소를 유치하고, 임대료와 홍보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일정 수준의 청년 창업 수를 확보하는 데는 분명 기여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고,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실 속 문제점: 창업은 많지만 생존은 적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의 지자체가 창업을 유도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창업 이후의 경영 지원, 시장 연계, 고객 확보 전략에는 소홀했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지방에서 청년 창업 후 1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평균 38% 수준에 그친다. 특히 읍·면 단위 지역에서는 생존률이 20%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전북 진안군에서 창업한 A씨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카페를 오픈했지만, 고객 부족과 홍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8개월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지원을 받긴 했지만, 정작 고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지방의 창업 정책은 청년을 대상화한 ‘정책 수치 달성용’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 청년을 ‘유치해야 할 존재’로만 보는 시선은, 창업 이후의 자율성과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문제는 또 있다. 대부분의 창업 프로그램이 도시에서 개발된 모델을 단순히 지방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실정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 창업’, ‘로컬 굿즈 제작’ 같은 유사한 아이템이 중복되어 경쟁만 과열되고, 차별화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원은 충분한가? 정량적 확대와 정성적 질의 간극
정부는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과 별도로, 지역 청년 창업 예산을 연 2,000억 원 이상 규모로 확대해왔다.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 혁신창업 거점 100곳’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예산이 많다고 해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량적인 ‘창업 건수 늘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창업의 질과 생존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지 공간이나 자금이 아니라, 시장에 맞는 아이템 발굴, 고객과의 관계 형성, 실전 운영 경험이다. 하지만 다수의 정책은 여전히 멘토링을 명목상으로만 제공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 프로그램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창업을 통해 지역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적 설계도 부족하다. 청년 창업이 지역 내 소비자와 연결되지 않고, 외부 관광객이나 온라인 판매에만 의존할 경우, 팬데믹·계절적 요인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단순히 돈을 푸는 방식의 지원은 기초 체력 없는 창업 구조를 양산하는 데 그친다.
실질적 대안: 연결, 협업, 그리고 지역성과의 통합
지방 창업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창업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첫째, 청년 창업자는 지역 주민, 기존 상공인, 행정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지자체는 ‘로컬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컨대 경남 거창군은 청년 창업자와 지역 은퇴 상인을 1:1로 매칭해,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세대 협업형 창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둘째, 창업 아이템은 지역성과 긴밀히 연결된 콘텐츠로 특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서울에서 성공한 모델”을 지방에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만의 자원(음식, 문화, 역사)을 창업 아이템과 결합해야 한다.
셋째, 창업 이후의 지속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기적인 자금 지원 외에도, 경영 컨설팅, 온라인 마케팅, 공동 브랜드 구축, 판로 확보까지 장기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 설계에 청년 창업자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 창업 대상자인 청년이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하면, 보다 현실적인 제도가 도출된다. 충남 예산군은 2024년부터 ‘청년 정책위원회’를 운영하여, 청년 창업자가 정책 평가와 기획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정책의 질을 높이고 실행력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 전략
지방 창업 지원 정책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창업 유도에는 성공했으나, 생존과 지속에는 실패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성 부족, 시장 연결 실패, 단기 지원 구조, 대상화된 청년 인식이다. 앞으로의 정책은 창업을 통해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 그리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창업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일이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창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방소멸 대응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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